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장자'의 제물론 편에 나오는 말인데, 원숭이 사육자가 원숭이들에게 도토리 먹이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러자 반대로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조삼모사는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고 눈앞의 차이에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뜻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입장에서 보자면 똑같이 7개이지만, 그것을 어떤 순서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상당히 크다. 결과가 같아도 순서가 중요하다.(중략)
사람들은 긍정적 정보 1단위와 부정적 정보 1단위를 동등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오랜 인류의 생활에서 생존이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본능이었으므로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적응하는 데 유리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정적 정보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잘 기억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가중치를 부여해서 부각시킨다. 사람들은 부정성에 더 많은 지배를 받는다.(중략)
많은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이의 일환으로 구성원에게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을 동시에 제공해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간은 긍정적 정보와 부정적 정보를 동등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부정성 지배처럼 부정적 피드백에 과도하게 신경을 곤두세운다. 사람들은 심지어 빈말이거나 아첨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어도 칭찬은 무의식적으로 수용한다. 반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정보(피드백)는 칭찬보다 훨씬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꼼꼼하게 따져서 듣는다. 그래서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을 함께 제시할 때는 순서가 중요하다.
영업팀 홍 부장은 김 사장의 기대주입니다. 하지만 지난 분기 홍 부장의 실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는데요. 마침 코칭 시즌을 맞아 김 사장이 홍 부장을 불러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분기 실적은 왜 이렇게 낮은 거야? 무슨 일 있었어? 코칭 시간이니까 할 말 있으면 편하게 다 해봐.” 하지만, 홍 부장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없는데요. 어색한 침묵이 한참 흐르고,
드디어 입을 연 홍 부장은 “죄송합니다” 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그리고 김 사장의 질문에 “네” “아니오” 같은 짧은 대답만 하는데요. 김 사장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홍 부장이 부진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함께 찾는 코칭 시간을 원했는데, 영 다르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