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십 년간 유명무실하던 고용계약서는 이제 모든 이가 꼼꼼하게 보는 문서가 됐다. 회사와 나의 관계를 계약 관계로 명확히 인식하고 상호 간에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따져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삭막하고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연한 조직과 유연한 고용, 유연한 업무 배분 등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인사제도와 문화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이 갖는 장점이 많다.
서약은 ‘언제든 시키면 뭐든지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계약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관련돼 있다. 많은 구성원이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데는 ‘내가 고용계약을 맺을 당시에 생각한 것과 일이 많이 다르다’거나 ‘일의 변화나 유연함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불만이 내재돼 있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살아온 시대가 다른, 너무나도 다른 세대가 한 조직 안에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해야 하는데 이런 관계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은 리더를 향해 ‘옛날식으로 보상도 확실치 않은데 충성만 강요한다’고 주장하고, 리더나 관리자 이상급 구성원은 ‘젊은 세대가 회사에 대한 애정도 없고 열정도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이런 간극과 오해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금융 기관 웰스 파고의 CEO 리처드 코바체비치는 “내 일은 주주와 고객들 앞에서 연설하고 직원들과 악수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죠. 이거 CEO는 그저 놀고 먹는다는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이건 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고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직원들만 믿고 업무를 내려놓기는 영 불안하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