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그럼, 저성과자와 해야 하는 ‘엑시트(exit·이별 통보)’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앞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그 회사는 왜 굳이 이미 퇴사한 필자에게 도움을 청해 문제를 해결했을까. 이 사례에서는 보편· 검증된 협상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 가운데 한 가지가 사용됐을 뿐이다. 즉, 양자를 중재할 수 있는 그리고 양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가 나선 것이다. 비록 회사의 의뢰를 받았지만, 상대방인 A 입장에서도 필자는 비교적 객관적 목소리를 전할 사람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대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서로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평소에도 사사건건 부딪쳤던 사람이라면, 이미 한 번의 엄청난 충돌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원칙적으로 직속 매니저가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메시지’가 너무 민감하고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면, ‘메신저’를 바꾸는 작전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엑시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주지해야 할 사항은 더 있다. 언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지, 어디서 해야 할지, 전체 대화 구조를 어떻게 짜야 할지, 첫 말과 마무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또 예상되는 질문과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대책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대화는 다소 ‘보수적’이면서 ‘포인트’ 중심의 분명한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적이라는 의미는 상대방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수표를 날리며 괜히 상대방의 기대를 올려놔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포인트 중심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빙빙 돌리면서 어설프게 서먹함 깨기(아이스브레이킹)로 본말을 흐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