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기 약 두 달 전.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회사의 분기 실적 발표회가 열렸다. 두 회사는 양국의 ‘간판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처해있는 상황은 ‘극과 극’인 상태다. 소니는 지난해 도쿄 증시에서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인텔은 ‘몰락’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실적 발표회에서 두 회사의 ‘톤’은 처한 상황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x86이라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는 인텔은 여전히 과거의 대표 상품인 x86에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반면 게임과 영상 콘텐츠로 사업 영역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소니는 자사의 실패한 게임 콘코드를 언급하며 반성했다. 콘코드는 소니가 약 3500억원을 들여 8년간 개발한 게임이지만 부정적인 평가로 출시 12일 만에 서버를 닫은 게임이다.
두 회사의 다른 태도는 수십 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맞이하는 위기와 기회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니의 창업은 1946년, 인텔은 1968년으로 전자 회사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오래된 축에 속한다. 그렇다면 2025년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은 한국 전자 업계에 두 기업의 대응은 롤 모델 또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까. 새해를 맞아 이들의 선택을 되짚어 봤다.
불황이 닥치거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경영자는 조바심이 나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적잖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고 지금 잘 팔리고 있는 핵심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R&D전략을 수정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건데요. 그런데 문제는 이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정체에 빠지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잘 팔리는 제품을 좋게 만들면 더욱 많이 팔릴 거고 그러면 매출이 올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문제는 그것이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점차 경쟁업체의 저가제품, 혹은 기존에는 없던 진짜 새로운 혁신제품 등에 눈을 돌리게 돼, 결국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타격을 받게 되는 거죠. 그제서야 부랴부랴 혁신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이미 늦어 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