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보스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회의 준비를 하고, 슬리퍼를 정장 구두로 바꿔 신는가 하면 책상 정리를 깔끔하게 하기도 한다. 비서는 그녀가 마실 물을 따르고 패션잡지를 정리하면서 모든 상태를 체크한다. 미란다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보안 게이트가 미리 열리고, 엘리베이터가 준비되고, 사람들이 길을 비킨다. 글로벌 패션업계의 거물을 다룬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인 주인공 미란다의 출근 장면이다.
강력한 통제 권력을 행사하는 리더일수록 ‘부재(不在)’와 ‘현재(顯在)’의 차이가 크다. 리더가 없을 때 구성원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리더가 나타났을 때 보여주는 것과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영화는 위 장면에서 미란다의 통제적 리더십을 구성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통해 보여준다. 이처럼 부재와 현재의 차이를 크게 만드는 통제적 리더십은 현실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영화에서 미란다는 대단히 유능하고, 감각이 뛰어나며, 많은 사람이 그녀와 함께 일하면서 배우고 싶어한다. 반면 현실에 존재하는 통제적 리더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의 직책이 부여한 권한을 자신의 권력이라고 착각하는 리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리더, 자신이 제일 많이 알고 있다고 믿는 리더, 타인의 의견이나 관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더, 구성원을 통제하려는 리더, 그리고 자신의 힘을 과시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들이다.
대박전자 김사장. 올해 매출이 제자리 걸음이라, 회의를 열었습니다. 왜 매출이 늘지 않냐고 물어보니, 다들 열심히 대답합니다. 품질 업그레이드 되면 금방 좋아진다고도 하고, 고객 조사 결과 끝내주니 곧 대박 터질 거라고도 하네요. 이걸 듣고 한결 마음 놓는 김사장. 그런데, 올해가 다 끝나가도록 여전히 실적은 엉망인데요. 알고 보니, 직원들이 김사장 눈치 보느라 사탕 발린 말만 열심히 해줬다네요. 고쳐야 할 문제점은 꽁꽁 숨기고 말이죠. 이 상황,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제프리 페퍼는,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리더 본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평소 안 좋은 소식이나 실수한 얘기 들으면 직원들에게 화를 내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리더 심기 안 건드리려고 직원들이 전전긍긍하다 보면, 어떻게든 리더 귀에는 ‘좋은 말’만 들어가게 하죠. 실제로 제프리 페퍼가 인터뷰한 한 CEO의 비서는, CEO에게 나쁜 뉴스를 얘기할 것 같은 직원에게는 시간 약속도 잘 안 잡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