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성공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적극적인 경청, 관점의 전환, 다양한 옵션 제안, 상호 신뢰 구축, 보디랭귀지 해석 등이다. 이런 방법은 어떤 협상이든 꽤 효과가 있다. 이른바 협상의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자. 협상 상황이 이미 주어져 있는 경우 협상가의 운신 폭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그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관점을 전환해도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상대 생각을 바꿔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상대도 나름의 입장이 있고 논리가 있어서다. 결국 협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상황’ 때문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협상은 시작 전에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협상 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미리 설계해 보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의 제임스 세베니우스 교수는 데이비드 렉스와 공동으로 저술한 ‘3D 네고시에이션(3D Negotiation)’을 통해 협상은 3단계(레벨 1부터 레벨 3까지)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먼저 ‘레벨 1’은 협상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알고 활용하는 단계다. 상대를 끌어오기 위해 협상 전술을 주로 활용한다.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고 때로는 강경한 술책을 사용한다. 이때 초점은 상대방 ‘개인’에게 맞춰져 있다. ‘레벨 2’는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한다. 파이를 나누기 전에 파이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로를 만족시키는 창의적인 선택지를 다양하게 개발한다. 초점은 사람이 아니라 ‘이슈’에 맞춰져 있다. 양측이 원하는 가치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다. 즉 이미 짜인 판 위에서 협상하는 것이다. ‘레벨 3’의 협상은 상대방 개인이나 해당 이슈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협상장 밖에서 ‘상황’을 조망한 다음 판을 미리 설계한다. 누구부터 협상하는 것이 유리할지 순서를 구상하고, 타결할 수 있는 범위를 미리 재조정한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