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세대의 소개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소재는 무엇일까? 취미? 사는 곳? 출신 학교? 아니다. 일단은 자신이 성격유형검사(MBTI )어느 분류에 속하는지, 상대는 어떤 성향인지에 대한 것부터 확인하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쩌면 그들은 만나기 전부터 상대의 MBTI가 뭔지 이미 알고 나왔을 수도 있다. 마치 상대방의 출신 학교, 고향, 친구들 사이에서의 평판, 외모 정도를 미리 파악하듯 말이다.
근래 몇 년간 지속된 MBTI에 대한 관심, 때로는 ‘집착’으로 보일 정도의 MBTI 열풍은 “지겹다” “정확하지도 않고, 자기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답변으로 구성되는 유사 심리학이다” 등의 비판 속에서도 쉽게 사그라들 줄 모른다. 심지어 Z세대부터 시작돼 밀레니얼 세대로, 그리고 이제는 X세대와 그 윗세대로까지 유행이 번져나갔다. 혹자는 “한국인이 분류하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 아니냐”고도 하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아예 자신의 프로필에 MBTI 성향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걸어놓은 이가 많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히 ‘분류의 재미’를 넘어선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