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그래서 결심했다. 기왕 먹을 나이, 제대로 먹어보자고. 이번 연말은 사람들을 만나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스스로의 감정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나이 먹는 것의 온갖 부정적인 것들 대신 좋은 점은 없을까, 몸의 변화 말고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변화는 없을까.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매일 물었다. 생각의 끝엔 하나의 문장만 남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돌아보니 몇 년 전부터 좀처럼 화가 나지 않는다. 누가 좀 언짢은 말을 해도, 성가신 일을 당해도,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그럴 수(도) 있어’가 떠올랐다. 때론 바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차라리 그편이 훨씬 좋았다. 그 사람 입장에서 짧으면 몇 초, 길면 1~2분 정도만 생각하고 나면 거짓말처럼 화가 나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여서 달라지지 않을 일이라면 굳이 화를 낼 이유도 없었고, 거친 말로 되받아치는 대신 웃으며 화를 내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굳이 따지자면 나이가 들면서 타인과 세상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극대화됐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