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숏폼 영상 알고리즘을 평정한 콘텐츠가 참 동적이다. 흰 민소매를 입고 까마득한 후배 걸그룹의 안무를 몸이 부서져라 소화하는 전직 아이돌 이준, ‘꽃미남 배우’로 많은 것을 이뤘음에도 사십 대 중반에 ‘헤드스핀’에 도전한 강동원, 잘생긴 외모와 대비되는 ‘병맛’ 광고 콘셉트를 충실히 이행한 나머지 “어디 잡혀 있는 것 아니냐”는 댓글 반응을 얻은 배우 지창욱 등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의 ‘지독한 열심’에 대한 뜨거운 지지다. (중략) ‘열심히만 하면 뭘해. 잘해야지’라는 차가운 경쟁 사회의 일갈 속에서도, 열심과 최선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기본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이런 열심의 가치를 높이 사는 것도 점점 열심이라는 인풋이 꼭 결과라는 아웃풋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경험이 쌓이면서다. 급작스러운 시장 질서의 변화, 예측 불가능한 경제 상황, 자고 일어나면 새로고침되는 기술의 급변 속에서 개인의 성실함은 시시때때로 무력해진다. 어떤 콘텐츠가 대세가 되는 과정에서 치밀한 기획만큼이나 ‘알고리즘의 간택’이라는 운이 작용하는 것처럼, 세상의 작동 방식 또한 그러한 콘텐츠의 알고리즘을 닮아가는 듯 보인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과정보다 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결과지를 더 많이 받아 들 때, 열심은 방향 감각을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