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8월, 미국 시카고의 한 호텔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존 레넌의 얼굴은 침울했다. 몇 달 전 던진 "예수보다 비틀스가 더 인기가 있다"는 발언이 미국 보수 남부의 '바이블 벨트'를 타격하며 비틀스 음반 화형식과 테러 협박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회견 직전까지 사과를 거부하던 청년은 결국 마이크 앞에 섰다. 레넌은 "그저 영국 청소년 사이의 종교에 대한 무관심 현상을 언급했을 뿐"이라며 변명했고,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당신들이 원한다면 사과하겠다"는 대단히 불완전하고 영혼 없는 말을 남겼다. 위기관리 경영학의 거두 윌리엄 베노이트 교수는 '이미지 회복 이론'에서 조직의 명성이 무너질 때 취할 수 있는 대응으로 진심 어린 사과인 '굴욕'과 시스템의 체질을 바꾸는 '수정 행위'를 꼽는다. 베노이트의 시각으로 보면 레넌의 말은 변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대중이 비틀스를 용서하고 그 제국이 존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뒤이어 감행한 실행의 극단성에 있었다. 비틀스는 라이브 투어를 중단하고, 스튜디오라는 음악적 본질로 은둔하는 결단으로 말의 빚을 갚았다. 천문학적인 공연 수익을 포기하는 실천이 있었기에 대중은 그 불완전한 사과 속에서 진정성을 읽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