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정 이슈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경영진이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을 상기해 보자. 대개의 경우 홍보팀을 긴급 소집해 사과문을 다듬거나, 언론 보도의 흐름을 전환하기 위한 전방위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시하는 것이 그 첫 수순이다. 그러나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이러한 필사적 노력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소통 강박(Communication Obsession)'이라 정의한다. 소통 강박이란, 기업이 위기 해결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황관리(Action)를 실행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단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병적 증상을 말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발현된다. 첫째는 '강박적 소통 폭주'로, 실효적 해결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전시 효과에 집착하는 형태다. 둘째는 '전략 없는 마비'로, 냉철한 전략적 판단 대신 공포와 무력감에 사로잡혀 의사결정 자체를 유예해 버리는 상태다. 그러나 소통 강박에 사로잡힌 경영진은 이러한 조언을 실무진의 무능이나 무관심, 혹은 책임 회피로 곡해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불이 났는데 가만히 있자는 것이냐"는 식의 경영진발(發) 강박은 결국 무리한 소통 시도로 이어진다. 대응이 불필요한 작은 불씨에 소통의 연료를 무차별적으로 투입해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이른바 '미필적 실수'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