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한국 영화에서 ‘천만 관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공감과 문화적 파급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기준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그 기록을 새로 썼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가 다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이 영화의 힘은 무엇보다 이야기에서 나온다. 단종이라는 비극적 군주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서사는 세대를 넘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유배지 영월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단종의 모습은 권력의 역사보다 인간의 역사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촌장 엄흥도와의 교감은 신분과 시대를 넘어서는 인간적 연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언제나 인간의 이야기였다. 거대한 자본이나 화려한 기술보다 인간의 감정과 사회의 기억을 건드리는 서사가 한국 영화의 힘이었다. 「왕과 사는 남자」 역시 이러한 전통 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역사적 사건을 정치적 서사로 소비하기보다 인간의 고통과 연민의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