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회피형 리더가 있다면 어떨까. 결정적 순간마다 판단을 미루는 리더 말이다. 사사건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보죠”, “다른 변수들도 생각해봅시다”, “다음 회의에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같은 말만 반복하거나 아예 대답조차 없다면? 이들은 매우 신중하고 몹시 조심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직에서는 결정이 나지 않으니 실행은 미뤄지고, 실행이 없으니 성과는 흐려진다.
회피형 리더의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문제를 직면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갈등이 분명히 드러나 있는데도 언급하지 않고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팀 내 긴장이 감지되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로 대화를 열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의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조직은 그 침묵을 즉각적으로 해석한다. ‘이 문제는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구나’,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구나’. 그렇게 학습된 조직은 점점 더 말하지 않게 되고 말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문제만 더 깊어질 뿐이다.
그 순간부터 조직의 행동은 달라진다. 구성원은 질문을 줄인다. 중간관리자는 리더의 의중을 추측하는 데 에너지를 쓴다. 실무자는 판단 대신 대기를 택한다. 회의는 늘어나고 자료는 두꺼워지지만 결정은 줄어든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지만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회피는 말 없이 조직의 속도를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