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바야흐로 ‘할배 전성시대’다. 요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에서는 남성 시니어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영상 촬영·편집 등 제작 방법을 직접 배워 나서는가 하면, 자녀·손주의 협업으로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른 경우도 많다. 우리네 아버지 같은 소탈하고 평범한 일상, 소소한 삶의 교훈과 깨달음을 알려주는 모습에 젊은 층이 열광하고 있다. (중략)
최근 기자의 알고리즘을 장악한 ‘할배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우리 아빠 같아서 클릭하고, 키득대고 눈물지으며 보다 보니 어느새 인스타그램·유튜브를 열 때마다 할배들의 얼굴이 뜨기 시작했다. 할배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 데에는 딸·손녀들의 역할이 컸다. 아빠·할아버지의 일상과 통찰을 사랑스럽고도 애틋하게 바라본 이들의 시선이 영상 곳곳에 듬뿍 담겨 있다. 최연장자로 꼽히는 이구할아버지는 다소 가늘고 갈라진 목소리로 “오늘은 뭐 먹을래?” “다 됐다”라는 몇 마디 말과 함께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낸다. 요란한 재료나 기술이 필요치 않은 말 그대로 ‘집밥’. 1929년생 할아버지가 만든 음식을 1997년생 손녀(손녀의 모습은 공개된 바 없다)와 함께 맛있게 비우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중략)
‘할배 크리에이터’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젊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불필요하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혀 꼰대 같지 않기 때문에 MZ에게 소구력이 있다. (중략)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SNS로 무장한 시니어의 등장으로 불멸의 도서관이 늘어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