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시절 필자는 ‘완벽주의자’였다. 이름을 걸고 나가는 모든 일에서 누구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길 바랐다. 공신력 있는 자료라도 최초 자료를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모든 일에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흐름이 끊기면 수정만으론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다고 믿었다. 중간에 확신이 들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업무시간이 다른 실무자보다 절대적으로 많았다. 피로가 누적됐지만 일상에 무리가 되진 않았다. 결과물에 대한 타인의 인정이 새로운 열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업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무엇보다 대표의 업무 범주가 넓다. 리더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실무진의 질문에 적합한 답을 주기 위해선 경영 전반을 두루 알아야 한다. 단 하나의 분야에만 치중하면 균형감이 떨어진다. ‘위임을 잘하는 리더가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경영서적에서 읽은 내용들을 체감하고 있다. 업무를 위임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을 읽었는데, 호암의 인사(人事)에 대한 단상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