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어렵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방어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합리화를 하며, 자신을 일관된 사람으로 꾸민다. 자신을 일관되게 만드는 스토리의 주제가 착한 사람인지 정의로운 사람인지, 이기는 사람인지 봐주는 사람인지 등에 따라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의 의미를 프레임 안에 맞춘다. 안 들어가면 접어서라도, 구겨서라도 넣는다.
‘나라는 사람’의 스토리에 균열이 생기면 불안하고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누군가 “네가 그랬지!”하고 따지면 방어막이 생겨난다. 창과 방패를 든 수비군이 나타나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할지 긴급 대책 회의를 한다. 이야기를 비꼬기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다가 상대방을 쑤시기도 하고, “쟤가 잘못한 거야”라며 엉뚱한 사람을 탓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어전략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손자병법 뺨친다.
공식 석상에서 늘 즐겁고 좋은 얘기만 하면 좋겠지만, 때론 사과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를 할라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시죠? 어쩌면 말을 아끼자는 마음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간단히 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청중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식의 사과는 우리 회사의 잘못을 더욱 부각시켜,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는 심리를 부추길 수 있죠.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