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기업들은 조직을 슬림하게 만든다는 명분 아래 관리자 자리를 줄여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놓치기 쉬운 변화가 있다. 위에서는 관리자 자리를 줄이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그 자리로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조직이 리더 자리를 없애기 전에 구성원들이 먼저 그 자리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공기업과 사기업에 재직 중인 19~36세 직장인 850명을 조사한 결과, 중간관리자를 맡고 싶다는 응답은 36.7%에 그쳤고, 임원을 맡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39.2%였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승진을 바라보는 태도다. 리더 역할을 맡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47.3%로, 불안하다는 응답 22.1%의 두 배를 넘었다. 승진하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오래된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중략) 이제 '성장=관리자 승진'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이 정말 리더가 되기 싫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리더 자리를 앉고 싶지 않은 자리로 만들어온 것일까? 나는 후자에 주목한다. 지금의 리더 포비아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문제, 더 정확히 말하면 직무 설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