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들이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모인다. 쟁반 위에 산처럼 쌓인 감자튀김을 가운데 두고 “어느 브랜드 감튀가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부터 “케첩은 어떤 게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까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수다를 떤다. 모임은 오래가지 않는다. ‘감자튀김 식기 전에 헤어진다’는 원칙으로, 다 먹고 나면 각자는 다시 일상으로 흩어진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처럼 가볍고 일회적인 소모임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찰과 도둑 놀이를 뜻하는 ‘경도’ 모임에 이어, 이번에는 감자튀김 모임까지 등장했다. 주제와 형식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깊은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향 하나만 맞으면 충분하다. 부담 없는 만남, 느슨한 연결이 요즘 청년들의 새로운 인간관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략)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관계 방식 변화로 해석한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관계의 밀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중략) 2030세대의 소모임은 친밀함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같이 있는 시간’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감자튀김을 먹는 동안만, 책을 읽는 동안만, 함께 뛰는 그 순간만 연결된다. 모임이 끝나면 관계도 자연스럽게 종료된다. 누군가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