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들에게는 오랜 세월 지켜온 철칙이 있다. “소라 하나 따면, 꼭 올라와서 숨을 쉬고 다시 내려가라.” 이 원칙을 어기면 위험은 즉시 찾아온다. 물속에서 전복이 보이면 해녀는 “저것만 더 따고 올라가야지”라는 유혹에 흔들린다. 그러나 그 순간 숨 고르기를 미루면 저산소 상태가 누적되고, 심장에 과부하가 발생하며 결국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고가 바로 이 패턴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해녀의 사고 이야기는 단순한 사례가 아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수면 문제와 구조가 똑같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보이면 우리는 수면을 미룬다. “이것만 마치고 자야지.”, “조금만 더 하고 자면 되겠지.” 결국 우리는 ‘숨 쉬는 시간’, 즉, 수면을 뒤로 미루며 살아간다. 해녀가 숨을 참다가 위험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는 잠을 잊은 채 일하다가 어느 순간 건강이 훅하고 무너지는 위험을 맞는다. 차이가 있다면 해녀의 위험은 즉각적이지만, 우리의 수면 부족은 조용히, 서서히, 치명적으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즉시보상편향 즉, 현재편향(Present Bias)이라고 한다. 눈앞의 이익·성과·성과물은 크게 보이고, 미래에 닥칠 손실·피로·건강 위험은 작게 보이는 편향이다. 해녀는 눈앞의 전복이 ‘즉시 보상’으로 보이고 숨 고르기는 ‘미뤄도 되는 일’처럼 느껴진다. 현대인은 눈앞의 업무 성과가 크게 보이고 수면은 미루어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즉시 보상은 순간이지만, 그 비용은 미래에 폭발적으로 청구된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수면은 해녀의 숨고르기처럼 우리 생리 시스템을 되살리는 재부팅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