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리더십을 언급할 때 우리는 대체로 영웅적 인물을 사례로 든다. 크게 조망하고 실행은 부하에게 위임하는 큰 인물을 전제하고, 막연히 그러한 리더십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세밀히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난 자칭 통 큰 리더들은 디테일을 잘 몰랐다. 위임과 방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일이 잘되면 자신의 덕으로, 일이 잘못되면 직원들의 탓으로 돌렸다. 논의의 깊이가 깊어지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보고나 회의 시에는 항상 실무자를 대동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챙긴다는 명분 아래 회식에만 적극적이었으며, 미래에 대한 언급 없이 리즈 시절의 한두 사례만 무한정 테이블에 올려졌다. (중략) 눈에 보이는 위대한 결과에는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세밀하고, 치밀한 준비의 과정이 존재한다. 난중일기는 '멋진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지독히 꼼꼼한 경영일지'에 가까웠다. 커다란 전략, 전술이 들어 있는 비책이 아니라 전황, 물자, 인사, 신상필벌 등 관련된 모든 사항을 파악하고 대처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세세하게 담은 기록이었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 대한 수많은 일화가 알려주듯, 스티브 잡스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앤디 그로브의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한, 누구보다도 디테일에 강한 인물이었다.